2007. 3. 5. 01:39

일본에서의 기록 정리를 마치면서......주저리주저리

2005년 5월 부터 2006년 6월 말 까지의 일본 생활......내 나이가 32살에 1년 좀 더 일본에 있었으니 내 인생의 3% 정도의 시간을 일본에서 보낸 셈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정말 짧지 않은 시간인데, 지금도 가끔 그 때의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일본에 가기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일본에 오래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고, 몇 개월 있다가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뜬금없는 책임감이 나를 일본에 더 머물게 했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여러모로 나에게 도건의 연속이었다. 우선 문화적인 간극을 좁히는 것이 그 중 하나였다. 누군가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서로 비슷하다고 말을 하지만, 이것은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그렇다. 나는 외국인과 일을 할 때 느낀다는 문화의 차이가 어떤건지 잘 알지 못했고, 그것이 극복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괴롭거나 힘들지는 않았으나, 가끔은 함께 일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대한 해결방법은 더 많은 대화와 이해, 그리고, 철저한 역할 분담일 것이다. 이런 경험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외국 프로젝트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른 하나의 도전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기였다. 일본에 머물기로 한 그 때, 와이프는 한국에 없었고, 싱가포르에 출장을 가 있었다. 만약에 와이프가 한국에 있었다면, 일본에 가는 것을 쉽게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그렇게 되었고, 나는 가족과 떨어져 일본에 머물렀다. 일본이 나름 가까운 나라여서 한 달에 한번씩 뻔질나게 한국으로 들어왔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혼자 머무는 것은 쉬운일은 아니었다. 물론 일본에 혼자 있어서 좋았던 점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주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여기 와 있나?" 혼자서 일본에 있는 것이, 외롭다거나, 심심하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리고, 멀쩡하게 있다가도 걱정이 되는 이 상황은 나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사항도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일본 회사에서의 생활은 내 첫 직장의 생활과 항상 비교되었다. 내 첫 직장에서는 1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같은 골을 향해서 정말 열심히 뛰어 갔다. 그리고, 어떤 길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공유가 되어 있었다. 누구도 그것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모두다 약간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극도로 긴장을 주는 목표를 가진 조직에서, 그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큰 고민이었다. 나는 그 조직이 나쁘다 혹은 뭔가 부족하다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거치면서, 정말 마음이 잘 맞는 두 세명과 함께 일 하거나 혹은 정말 많은 사람 속에서 티나지 않게 사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이상적인 형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것이다.

일본에 가기전에 나는 일본을 그 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싫어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고등학교때 일본어수업을 들었었는데, '양'이라는 성적을 받았었다. -_-;;; 일본이 싫어서 히라가나를 외는 것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본에 가게 되다니...... 하지만, 일본에 다녀와서 지금은 일본은 나에게 "관찰해야 할" 나라가 되었다. 분명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앞서 있었고, 그것을 인정해야 할 때 까지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서길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잘 관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 있는 동안 나에게 일어난 정말 큰 변화중에 하나이다.

일본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지도 10개월 정도가 되어간다.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그 때의 시간이 나에게 준 의미를 좀 더 잘 알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때의 시간은 나에게 뜻하지 않는 경험과 기회를 주었다. 살아가는 방법, 세상을 보는 눈,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법들이 좋아졌다고 말 할수 없지만, 내 모습을 찾아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 다음에 혹시 일본에서 살아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때는 정말 신나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