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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4. 01:41

[스위스 자동차 여행-5일째]2007.6.24 패스 3형제를 다시 넘어 인터라켄으로.....

[그림젤 패스->푸르카 패스->서스텐 패스->인터라켄->라우터부르넨]

스위스 여행 5일 째. 대충 이 정도 되니까, 10여일 정도의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는 날짜 빼고, 뭐 하고 그러면, 이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현실로 돌아가기 싫은 마음이랄까?
아주 나이스했던 루체른의 호텔을 떠나려고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언제 또 이런 호텔에 와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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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 약국을 들를 일이 있어서, 루체른의 중앙역으로 향했다. 보통, 유럽 여행을 하면 지겹도록 기차역을 들락날락하게 되는데,우리는 조그마한 시골역 빼고는 거의 역 구경을 하지 못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역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부산역이나 서울역으로 부터 기인한 것들인데, '대충 깨끗하지는 않다'라는 것과 노숙자 아저씨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루체른 중앙역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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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일기예보에서는 날씨가 구리다고 했었지만,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화창한 날씨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원래 계획은 인터라켄으로 가서 뭔가 액티비티를 하다가 라우터부르넨 캠핑장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번에 푸르카 패스와 그림젤 패스를 지날 때 날씨가 너무 흐려 많이 아쉬웠고, 그 때 보지 못 한 뭔가 멋진 풍경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정을 살짝 바꿔 그림젤 패스, 푸르카 패스를 지나 지난 번에는 가지 않았던 서스텐 패스를 넘어가기로 했다.
사실 전에 날씨가 좋지 않아 아쉬웠던 것은 패스 뿐 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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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링겐에서 루체른까지 가는 길도 그 때는 날씨가 흐려서 날씨가 좋을 때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날씨가 우리를 도와준다. 루체른에서 마이링겐 사이에 두 개의 호수가 있는데, 이 호수가에 있는 마을들이 정말 예술이다. 대충 카메라 들이대도 예술 사진이 나온다는게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마이링겐을 지나 그림젤 패스로 향했다. 슬슬 돌산이 나타나고 길이 슬슬 험란해 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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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번에 지나올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그 때는 안개에 대부분 가려져 있어서 운전하는게 무서웠지, 다른 것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었는데, 거친 알프스의 산줄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난 번과 다른 또 하나는 오토바이족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가끔 떼빙 하는 오토바이맨들도 보인다. 아마도, 오늘이 주말이라 다들 자기 오토바이 끌고 친구들이랑 같이 나오거나, 우리나라처럼 동호회 활동으로 하나 부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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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들이 득실득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125cc짜리 택배 배달용 오토바이가 아니다. 전부 한가닥 하는 오토바이들이다. 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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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본 그림젤 패스는 돌산이 많이 보인다. 알프스는 전부 초원일꺼라고 생각했는데, 그 환상(?)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래도, 멋있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나름대로의, 또 다른 웅장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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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하면서 이 네들이 부러운 것 중에 하나가, 여러 종류의 자동차이다. 마티즈만한 차 부터 페라리까지, 각 클래스 마다 종류를 다 기억하기 힘들 정도의 자동차들. 뭐 다 사고 싶다는건 아니고, 선택이 다양하다는 것은 소비자로서 같은 비용으로 더 큰 효용을 얻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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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내 차 라세티를 좋아라 한다. ^^;;;
맑은 날 그림젶 패스를 차로 다니는 것은, 왠지 등산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차 타고 등산하기. 말도 안되지만, 자연의 굴곡을 헤치지 않은 길을 달리는 것은 산에 터널과 쭉쭉 뻗은 고가도로로 달리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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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영동 고속도로를 지날 때면, 이 전의 대관령 길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림젤 패스를 지나 이제 푸르카 패스다. 이 산에 왠 기차? -_-;;;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기차를 타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산간 오지를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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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산을 넘는 것이 고역이었고, 이 나라의 발전을 막는 장애였겠지만, 이제는 이런 걸로도 돈을 번다. 스위스에는 케이블카, 등반 열차가 정말 많이 있고, 그런 것들을 전문으로 설치하는 회사들이 성업하고 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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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카 패스는 우리가 인터넷으로 처음 찾은 곳이고, 그 정보 때문에 여기에 오게 되었다. 푸르카 패스가 우리를 이 곳으로 이끌어 줬다고나 할까? ^^ 그래서, 왠지 패스 3형제 중에 이 녀석이 가장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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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꼬불꼬불 넘어가는 동안, 사진을 열심히 찍던 혜진이는 잠이 들었다. 서스텐 패스로 들어섰는데도 말이다. 한 동안, 사진도 안 찍고 산길과 내가 싸움하는 시츄에이션이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산길을 오르다 말고 발견한 '버터', '치즈' 간판. 이게 뭐지? -_-;;; 그래서, 길에서 벗어나 찾아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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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 못 들었나 생각할 즈음에 나타난 허름해 보이는 집. 저기서 물어봐야겠다 싶어 내려서, 마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여기 혹시 버터랑 치즈 파는 곳 있냐고 물어봤더니, 여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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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받아 집 뒷켠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깔끔하지만, 그다지 현대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 공장이 나왔다. 거기서 아저씨가 한참 치즈통을 뒤집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 한다나? -_-;;; 아저씨는 치즈에 찍힌 일련 번호를 보여주며, 이 공장(??)의 일련 번호라며 사진 찍으라고 한다. -_-;;;
사실, 내가 그다지 치즈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치즈 보관 창고에서 곰팡이를 막 털어낸 치즈 한 조각을 먹어 본 순간, 사람들이 왜 치즈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먹은 치즈는 다 가짜였다. ㅜㅜ 이런 느낌이 내 인생에 또 한 번 있었는데, 일본에서 마구로 스시를 먹은 때 였다. 그 전까지는 모든 참치회는 얼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도 바뀌었고, 맛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었다.
사실, 오기 전에 스위스 여행과 관련 된 TV 프로를 보면서 가면 치즈 공방에 꼭 가봐야지 했었는데, 그 소망을 이루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혜진이도, 졸다가 깼더니 이런 곳에 왔다면서 기뻐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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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텐 패스.

서스텐 패스는 그 이전의 것들 보다 좀 더 터프해 보인다. 길도 좁고, 풍경도 훨씬 거칠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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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텐 패스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대략 해발 3000미터는 넘을 테니, 내 인생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의 점심인 셈이다. 거기서 올드 모빌 동호회(?)회원들과 겁나 멋진 바이크 동호회 회원(?)들을 만났다. 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는 엄청 돈 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누구는 동호회 활동을 이런데서 하고......살짝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우리나라 강원도도 좋긴 하지만, 이 곳은 또 다른 멋이 있는 것 같다.
내가 1994년에 배낭여행을 하면서 스위스에 묵었던 곳이 라우터부르넨이다. 인터라켄에서 살짝 융프라요흐쪽으로 올라가가 보면 있는데, 이 곳에서 봤던 별들을 아직도 잊을 수 가 없다. 그래서, 혜진이하고 같이 한 번 보자 싶어 유명한 인터라켄은 대충 보고, 바로 라우터부르넨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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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터부르넨은 깊은 협곡을 끼고 인터라켄으로 부터 20분 정도 가야 한다. 올라가면서, 살짝 10년도 훨씬 넘은 기억이 새록새록 스며 나오는 것 같았다. 옥빛 물이 흐르는 계곡과 V자 협곡. 흠..변하지 않았군.
라우터부르넨의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혜진이의 극렬한 반대로 텐트 치고 자는 것은 포기하고, 캠핑장 안에 방을 잡았는데, 엄청 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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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을 헤메는 혜진.

이제, 저녁을 먹어야...하는데, 또 식당 시간을 놓쳤다. ㅜㅜ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관광객들을 고려해 줄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어떻게 저녁을 해결할까 하다가, 서울에서 혜진이 친구 꽁씨 주려고 가져 온 라면 한 박스를 생각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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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박스 안에 여러 종류의 라면이 섞여 있었는데, 아마도 가장 호응도가 낮을 것 같은 너구리 순한맛을 꺼내 들었다. 꽁씨 먄먄...
그래도, 오늘이 가장 싸게 돌아다닌 날 같다. 하루 종일 차로 산 타고, 자는 것도, 캠핑장에, 먹는 것도 거의 돈 안 쓰고...후후후...자자...이렇게 오늘 하루도 끝인가? 그런데, 우리는 아직 내일 뭘 할지 정하지도 않았다. -_-;;;
일단,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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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본 알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