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12. 14:42

[스위스 자동차 여행-3일째]2007.6.22 자동차로 알프스 헤메기

[벨린조나->푸르카패스(Furkapass)->그림젤패스(Grimselpass)->메이링겐->루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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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구리구리한 호텔에서 잤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기분은 정말 좋다. 여름인데, 에어콘이 없어도 되는구나...-_-;;; 창을 열어보니, 날씨는 흐림. -_-;;; 어제는 덥더니만...그래도, 아침에 깨끗한 풍경을 보니, 호텔에 대한 불만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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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이제 다시 궈궈궈...
출발은 했는데, 고속도로는 어디 있는거야?? -_-;;; 어떻게 할까 하다가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안데르마트까지의 고속도로 어디 있냐고 물어봤다. 어떤 두 아저씨가 이야기를 하다말고, 내가 물어보니깐, 이야기를 멈추고 열심히 설명해 준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보면, 열라 긴 터널이 나오는데, 나가자마자 빠져나가라고. 그 아저씨, 열라 긴 터널을 강조한다. 도대체 얼마나 길면 그럴까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정말 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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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혜진..궈궈..

고속도로에 올랐다. 오늘의 목적지는 푸르카 패스. 푸르카 패스는 자동차를 타고 스위스 여행한다면 꼭 들러보라고 누가 인터넷에서 그래서, 한 번 가 보기로 한 곳이다. 그런데, 건 그렇고, 날씨는 왜 이 모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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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라 왔다.


우리는 비를 부르는 커플인가? 생각하며, 고속도로를 타고 북으로 북으로 간다. 정말 비가 무섭게 와서, 살짝 걱정이 될 정도였다. 북으로 올라갈 수록 조금씩 지대가 높아지는 느낌이다. 슬슬 알프스에 가까워지는건가? 하지만, 이 비가 오는 와중에도, 풍경은 점점 여기가 스위스라는 것을 더 크게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조금씩 감탄사를 유도하는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고, 급기야 우리는 고속도로에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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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 폭포 천지.

이런 고속도로를 지나가다가도 산과 물을 토해내는 폭포가 수두룩 보인다. 너무나도 흔한 절경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날씨는 왜 이러는지... 오늘 푸르카패스를 지나가야 하는데, 과연 올라갈 수 있는건지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후후...휴게소에 가까워지자 살짝 파란 하늘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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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보이나? 파란하늘과 찌르는 듯한 산봉우리.

휴게소 진입. 푸르카패스를 지났던 어떤 사람이 말하길, '거기 가기 전에 기름을 꽉꽉 채워라. 오르막을 오르다 기름 다 써도 난 몰라.' 약간 소심해진 나는 기름을 넣기 위해서 휴게소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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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유럽에서 기름 넣는 방법.
1. 주유구 열고 기름 넣는다. 콸콸콸.
2. 계산대로 간다.
3. 기름 넣은 스테이션 이름 말 하고, 돈 낸다.

이 휴게소에서 미쉐린 지도와 안내서를 샀다. 그 말은, 우리는 지도 없이 구글 맵 프린트 한거만 들고 여기까지 왔다는거. 그래도 잘 왔자나?

이제 드디어, 아까 아저씨가 이야기 했던, 열라 긴 터널이 나왔다. 그런데, 안에서 사고가 나서, 차가 멈추어 섰다. 한 20분 정도. 덕분에 우리는 앞차 언니를 그 동안 한참을 바라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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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은 누구???

차가 멈추어선 사이, 혜진이는 구글맵 프린트물에다가 이런 저런 기록을 시작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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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좀 주관적인거 아녀?

기록이...제대로 되고 있는건가? 어딘가 긴 터널, 어디메쯤...이라니...-_-;;; 터널에 20분을 넘게 서 있었어도,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 여행의 들뜸 때문인가? 누구 하나 빵빵 거리는 사람도 없고...... 여유가 느껴지던 순간. 터널 한 중간에 트레일러가 하나 사고로 서 있다. -_-+++ 살짝 피해서 터널을 빠져나와 바로 고속도로를 내려왔다. 푸르카패스를 가기 위해서 안데르마트쪽으로. 그런데, 길이 왜 이래? 슬슬 경사가 심해지더니만, 급기야는 미시령 뺨치는 길이 나왔다. 이건 패스도 아닌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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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냥 국도?

혜진이는 꺅꺅 소리지르고, 무섭다고 사진도 못 찍는다. -_-;;; 이봐..나는 기사, 너는 찍새..임무를 다 하라고!!
안데르마트를 살짝 지나, 푸르카패스쪽으로 간다. 드디어 나타나는 초원. 우리가 알프스 하면 생각났던 풍경이 드디어 시작된다. 후훗...비가 오는게 안타까울 따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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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살짝 원망하면서, 푸르카패스로 고고씽. 긴장한 우리. 화장실을 찾아 푸르카 역에 잠시 정차. 역도 얼마나 이쁘던지. ㅜㅜ 날씨가 궂거나 눈이와서 차가 고개를 넘어가지 못하면, 여기서 차를 기차에 싣고 고개를 넘는다고 한다. 겨울에는 흔한 풍경이라는데, 겨울에도 한 번 와 봐야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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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푸르카패스를 올라가기 시작한다. 지대가 높아질 수록 길 아래쪽은 아찔한 급벽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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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진 기술의 부족으로, 이 급경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도, 산을 오르면서 '아..내가 스위스에 왔구나. 알프스를 오르는 중인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날씨는 왜 이래? ㅜㅜ 경치를 보는건 일단 제쳐놓고라도, 넘 위험하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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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알프스는 우리에게 기쁨을 충분히 준다. 온도를 보니, 7~8도. -_-;; 워어....너무 춥쟈나! 긴팔이 하나밖에 없는데. ㅜㅜ 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도 보이고. 근데, 도대체 이 길은 언제 끝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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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슈욱 내려가더니, 갈림길이 나왔다. 알프스 골짜기의 삼거리. 천신만고끝에 푸르카패스를 패스!! 그러나, 또 하나의 패스가 이제 시작이다. 그림젤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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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그런데, 그림젤패스는 정보가 없는데? 얕은 우리의 정보수집도 문제였지만, 여기를 지나갔던 한국 여행객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기뻐진다. ㅜㅜ 사실, 자동차를 몰고 왔기에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닌가 생각하니, 더더욱 기뻐진다. 후훗. 여기 본 사람 손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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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 본 그림젤

그림젤패스도 사실 만만치 않다. 좀 더 심하다. -_-;;; 뭐냐 이게? 이런데다 길을 낸 이유가 뭐냐고?? 실제로, 구글맵에서 보면 그림젤패스는 길로 쳐주지 않아서, 경로를 잡을 때 그림젤패스는 표시를 할 수가 없었다. 누가 이건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라고 해도, 별로 할 말은 없을 듯.
또 낑낑거리면서 산을 올라가다 정상을 지나는데, 뭔가 분주한 모습이 보인다. 이게 뭐지? 자동차 경주 결승점 비슷한 모습과 중계차들과, 사람들이 보인다. 보아하니, 이 고개에서 "Tour de Suisse'라는 자전거 경주가 벌어진단다. 자동차도 헉헉거리리는 이 고개를 자전거 타고 온다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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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선수도 아닌 그냥 아저씨들이 오토바이, 자전거를 타고 이 고개를 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돈 엄청 들여서 비행기 타고 왔는데, 자전거 아저씨는, 그냥 자기 앞산에 오르는 거? -_-;;; 약간 불공평했다는 생각이 살짝.
푸르카패스를 내려오다 보니 호수가 보인다. 혜진이가 샀던 안내서의 설명으로는 옛날에 여기서 전투가 벌어져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죽음의 호수라나? 그런데, 이쁜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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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젤패스마저도 낑낑거리면서 내려오니, 대략 점심시간이다. 이제 밥 먹어야지, 혜진. 어디서 먹을까??
점심을 멀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나타난 동네가 있었으니, Guttannen이라는 동네다. 배도 고프고 해서 레스토랑이 보이길래, 그냥 차 세우고 스윽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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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들어갔더니,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계셨는데, 전부 시선 집중이었다. 생각해 보면, 여기 들러 밥 먹는 동양인이 흔치는 않았을 것이다. 오만 시선을 받으며 식사. 이런 느낌 처음이다. -_-;;; 내가 소시지 요리를 시켰는데, 누가 내가 시킨 그 요리가 스위스에서 되게 유명한 요리란다. 나는 그냥 시킨건데, 유명한거 찍은거야??
밥 먹으면서 이 동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크리스탈 박물관이 있다네. 그래서, 잠시 걸어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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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입구에 갔더니, 문이 잠겨있다. 그래서, 벨을 눌렀더니, 좀 있다가 할아버지 등장. -_-;;; 우리가 생각했던거랑 다른 시스템이다. 3프랑씩 내고 크리스탈들을 구경했다. 사실, 별로 신기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그 조그마한 박물관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운영한다는 소리를 들으니깐, 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일개 개인도 뭔가 관심이 있고 수집을 해서 박물관을 여는구나.
박물관을 보고 나와서 다시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 마이링겐(Meiringen)으로 고고. 사실, 이 곳을 참 와 보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셜록 홈즈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셜록 홈즈의 광 팬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충 그가 등장하는 소설을 다 읽었었는데, 설록 홈즈가 뭔 박사인가 하는 사람과 싸우다 폭포에 떨어지는 마지막이야기의 무대가 이 곳이란다.(물론 마지막 이야기는 아니다. 그가 죽었다고 한지 10년 뒤에 팬들의 성화로 설록 홈즈는 다시 부활하니깐.)
그래서, 마이링겐의 거리를 헤메다 찾아간 곳이 셜록 홈즈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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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박물관은 오래된 교회를 개조했다. 교회 지하는 셜록 홈즈 박물관이고, 1층은 갤러리이다. 셜록 홈즈의 런던 방을 재현해 놓았고, 이런 저런 작가에 대한 소개가 있다. 나름 재미있었음.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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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가 떨어져 죽었다고 했던 폭포.

박물관을 나와서 왼쪽을 보니, 폭포가 하나 있었는데, 그 폭포가 바로 셜록 홈즈가 떨어져 죽은 장소란다. 저 폭포에 올라가는 케이블카인가 열차인가가 있는데, 11프랑이란다. 당근, 우리는 아래서 보는걸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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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박물관 앞에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 거기 바닥에 체스판이 있고, 체스 말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오다 가다 체스질(?)을 한다. 요거 요거, 영화에서 봤었는데...개안네...나도 나중에 집 사면 정원에 이런거 하나 만들어야지...
그 체스판 곁으로 셜록 홈즈의 동상이 있다. 어찌나 반갑던지..ㅜㅜ 그래서, 둘이 앉아서 설정 샷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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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길 떠나는 우리. 마지막 목적지는 루째른이다. 루째른은 그나마 지금까지 봐 왔던 동네와는 달리 큰 도시라 교통 체증이 약간...아주 약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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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스를 끼고 있고, 오래 전 부터 융성했던 도시인지라 멋스럽다는 표현이 딱이었다. 그리고, 누구 하나 빵빵 거리거나 끼어 드는 차가 하나도 없다. 길 거리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자전거들도 막 섞여 다니는데 말이다. 나 같은 사람은 루쩨른에서 운전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테니. 서울에서 운전하는건 사실, 그닥 즐거운 일은 아닐 정도인데 말이다.
루째른 살짝 외곽에 호텔을 예약했었다. 호텔 이름은 Scholss-Hotel Swiss-Shale 개인적으로 이 호텔 초 강추
. 사실, 원래 예약 같은걸 안했다가 Booking.com이라는 사이트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 호텔의 평이 정말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예약했는데, 대 만족. 우선, 그 직원이 방을 업그레이드 해 줬다. 사진에 보면 알겠지만, 방 안에 월풀 욕조가. 그리고, 그 앞으로는 호수가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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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스위스에 와서 호수가 보이는 방에 자 보는구나! 싶어 눈물이..ㅜㅜ 그리고, 가격도 생각만큼 비싸지 않다. 하루에 11만원 정도? 어제의 호텔과 정말 비교 된다. 쩝.
춥다면서 움직이기 싫다는 혜진이를 끌고, 호텔 앞 산책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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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앞에 이런 호수 딸린 정원이 있어도 되는거야? -_- 정말 평화로운 모습이다. 글 쓰다 보니깐, 다시 가고 싶네. 떱..
방에 들어와서는 또 바로 잠자리로. -_-;;; 호텔이 좋으면 뭐해? 바로 골아떨어지는데...쯔업...내일은 리기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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