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16. 11:39

[스위스 자동차 여행-4일째]2007.6.23 산의 여왕. 리기산을 오르다.

[리기산(Rigi)->루체른]
오늘은 처음으로 도시간 이동없이, 리기산과 루체른을 돌아보는 날이다. 루체른 근처에는 세 개의 유명한 산이 있다. 리기, 필라투스, 티틀리스이다. 사실, 리기는 그 가운데 가장 나즈막한(그래도 대략 2000미터) 산이지만, 그래도, 산의 여왕이라고 하니, 리기를 오르기로 했다.
리기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베기스라는 곳에서 케이블카를 타든지, 비츠나우에서 등반열차를 타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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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너무 서둘렀는지, 왔더니, 아~~~~~~무도 없었다. -_-;;; 어울리지 않는 부지런함이 부른 결과라고나 할까...케이블카를 타고 리기 칼트바트까지 가서 기차로 갈아타고, 리기 콜룸으로 간다. 리기 콜룸이 리기산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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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케이블카에 우리 둘 밖에 없다고 조아라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어떤 아주머니가 큰 개 한마리를 데리고 탔다. 분위기로 봐서는 그 아주머니와 개는 이 근처에 사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돈을 엄청 들여서 여기까지 리기 보러 왔는데, 이 개한테는 앞..산...-_-;;; 이런 젠장. 그러나, 케이블카가 고도를 높히면서, 루체른 호수의 절경이 드러난다. 오올...~~~
순식간에 리기 칼트바트에 도착. 역에서 리기 콜룸까지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가, 일본은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아저씨는 호텔을 리기산 등성이에가다 잡아뒀단다. 너무 조용해서, 소 방울소리밖에 안들린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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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춥다고 난리 났다. 그래서, 잽싸게 뛰어가서 등산 점퍼를 하나 샀다. 내가 빨간색을 살 것을 강추했지만, 하늘색을 고른다. 너무 추워서 대충 고르더니 나중에는 크다고 난리. -_-;;; 여튼, 혜진이의 추위를 대충 해결하고 다시 산악열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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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 추운겨??

기분이 좋아진 혜진. 기차를 타고 추위를 덜어서 기분이 좀 좋아진 것 처럼 보인다. 그런데, 리기 콜룸에 도착했더니만, 아까보다 더 춥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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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산 정상으로 올라가다 발견한 재미있는 표지판. 하나는 둘러가는 길이고, 하나는 바로 올라가는 길이다. 당연히, 우리는 바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지만, 올라가다가 바로 후회했다. ㅜㅜ 넘 힘들고 추워서리.
리기 정상에 올라갔더니만, 바람도 엄청 불고 구름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도 딱 한 장만 찍고 후딱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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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고 스위스를 너무 만만하게 봤나? 이게 산의 여왕이냐? 깡패인거 같은거? 하면서 리기 콜룸에 와서 차 한잔 마시고 나왔다. 사실, 리기 콜룸에서 리기 카트바트까지 하이킹을 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좀 흐려서 어쩔까 하다가, 하늘에 약간씩 파란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는걸 보고는 그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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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 걸어내려 가다보니, 날씨가 슬슬 좋아지기 시작한다. 산의 여왕의 면모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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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분 내려왔더니, 거짓말처럼 날씨가 개어버렸다. 하이킹 하기에는 딱 좋아진 날씨. 주위에는 초원와 움막, 그리고, 젓소 목에 달린 방울소리 뿐이다. 너무나도 평화로운 곳이다. 그렇게 걷기 싫어하는 혜진이도, 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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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길을 내려오면서, 혜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뭔 이야기를 했는지는 비밀. -_-;;; 내려 오는 길에 보니, 이 동네에 사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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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는 이런 목각 인형들이 서 있다.

그런데, 이런 데서 살면 뭘 하고 사는거지? 일년 내내 소 치나?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인터넷은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걱정은 안 하겠지? 아마도 내가 하는 걱정은 여기서 정말 필요 없는 것들이겠지? 어떻게 보면, 우리 너무 빡빡하게 사는거지? 뭔가 너무 의미 있게 살아보겠다고, 진짜 중요한 건 잊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기 카트바트까지 걸어내려오니, 2시간 정도 된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풀밭에 누워 있다가 내려오다보니, 그렇게 걸렸지만, 그래도, 힘들거나 지치진 않다. 리기 칼트바트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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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서 일단 호텔로 복귀.
잠시 쉬다가 루체른으로 향했다. 나는 잠깐 눈을 붙였는데, 혜진이는 안 그랬나보다. 나중에 나 때문에 못잤다면서, 급 불만을 토로. -_-;;;
스위스의 도시들이 우리나라의 도시들과 비교해 보면, 그다지 크지 않다. 루체른도 마찬가지인데, 내 생각에 루체른에서 시내라고 하면, 카펠교가 보이는 중앙역 근처가 아닌가 싶다. 그 근처에 빈사의 사자상, 빙하 공원, 거울 궁전 등이 다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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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혜진이는 카펠교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_-;;; 나는 멋있기만 하구만. 그래서, 카펠교에서 찍은 사진들은 전부 뚱 한 표정. -_-;;;
루체른 시내에서 혜진이가 속옷을 산다고 들어간 사이, 거리에 혼자 멀뚱멀뚱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왠 꼬마가 와서, 케익 한 조각을 권한다. -_-;; 이건 뭐지? 둘러보니, 몇 몇 꼬마애들이 관광객들에게 케익을 나눠주고 있었다. 앵벌이? -_-;; 는 아닌거 같고. 뭔가 의사소통을 해 보려고 했으나, 영어는 이 동네에서는 그다지 쓸모있는 언어는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 한 조각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그러나, 나는 왜 그걸 꼬마들이 나눠주고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평생 모르겠지?
루체른의 구시가지에는 조그마한 광장이 많다. 그 광장 중앙에는 분수대인지 그 비슷한 것이 서 있는데, 제각각 특색이 있어서, 거리의 멋스러움을 더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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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옮기기 위해서 다시 카펠교로 왔다. 어느 유적지든간에 낙서가 되어 있기는 스위스도 마찬가지인데, 거기에 눈에 확 띄는 한글로 낙서 한 것들도 상당히 많다. 진짜 부끄러운 일이다. 통일의 염원을 꼭 딴 나라 유적지에다가 세겨놔야 하는건지, 동방신기 좋아한다는걸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건지. 혹시, 아래 사진 낙서한 사람 아는 분은 꼭 그 사람한테 스위스 가서 당장 지우라고. 아..그러면, 더 훼손 되려나? 아님 사과라도 하라고 좀 전해줬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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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기전에 봤던, TV 프로에 의하면, 카펠교는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기도 했지만, 호수로 부터 공격해 들어오는 적들을 막기위한 방어벽이기도 했단다. 그리고, 그 다리에는 스위스의 역사를 그린 그림들이 그려져있었는데, 언젠가 불이나서 반 정도가 훌러덩 타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몇 몇 그림은 검게 그을린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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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혜진이가 싫어하는 관계로 빨리 거울 궁전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사실, 거울 궁전은 그 다지 유명한 곳은 아니었는데, 우리가 TV에서 나오는걸 보고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래서, 빈사의 사자상이나 빙하 공원은 과감하게 스킵하기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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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거울 궁전 보러.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깐, 빈사의 사자상은 빙하 공원 바로 옆에 있었고, 거울 궁전은 빙하 공원 안에 딸려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 보게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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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의 사자상 앞에는 수 많은 동양인 관광객들이 오골오골 모여 있었다. 빈사의 사자상은 루이 14세던가? 그 프랑스 왕을 지키던 스위스 용병들이 왕을 지키다 전멸 했는데, 그들을 기리기 위하여 만든 거란다. 지금은 부국인 스위스도 옛날에는 군사 앵벌이를 통해 돈을 벌 수 밖에 없었다니, 슬픈 역사다. 쩝.
빙하 공원 대충 보고 들어간 거울 궁전. 역시, 이런 유치한 것들이 재밌단 말이지. ㅋㅋㅋ 나이가 몇 갠데, 이런데서 둘이 이러고 놀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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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의 모든 길은 카펠교로 통한다? 거울 공원을 보고 장인 어른 시계를 사기 위해서 시내로 나왔더니, 또 지나가게 된 카펠교. 혜진이도 그 새 정이 들었는지, 이번에 사진 찍을 때는 표정이 좀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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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은 시내에서도 차를 세우기가 어렵지 않은데, 다만 차를 세울 수 있는 시간이 좀 다르다. 시내에 가까울 수록 30분 까지만 세울수 있고, 시내에서 멀어지면, 6시간, 24시간으로 늘어난다. 다만, 시간당 가격은 똑 같다. 우리는 꼬박꼬박 돈을 냈는데, 주위에 보니, 안 내는 사람도 많더만. -_-;;; 우리 너무 착한거야???!!!
루체른의 거리는 5시인가 5시 반인가를 넘어가면, 가게가 문을 닫고, 휑 해진다. 나 참..황당해서.
여튼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났다. 문을 닫아버린 가게들 덕분에 우리는 또,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 같은데서, 저녁을 대충 해결해야만 했다. 이렇게 적응이 안되서야. 이 동네 애들 너무 편하게 사는거 아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