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17. 10:25

[스위스 자동차 여행-7일째]2007.6.26 초콜릿 공장의 비밀(??)

[Vevey->네슬레 공장->브장송]

* 마지막으로 여행기를 쓴게 거의 2달 전. 열심히 쓰다가 출장가고 뭐 하고 하다보니, 리듬을 잃어, 써야지 써야지 하다보니 시간이 그냥 이래 저래 흘러가 버렸다.

전날 호텔 찾느라고 너무 고생을 한데다,  어둑어둑해져서  도착했기 때문에, 사실 호텔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몰랐다. 다만, 좀 괜찬아 보인다 이정도? 아침에 밥을 먹으러갔는데, 그 흔한 동양인 여행객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_-;;; 갑자기, 우리가 정말 주체적인 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흐뭇한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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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혜진이가 이것 저것 챙기는 동안 나는 호텔이 어떻게 생겼나 구경을 나왔다. 호텔 앞에는 제네바 호수가 펼쳐져있었고, 여러 척의 요트가 두리둥실 떠 있었다. 몽뜨뤠와 베베는 세계적인 휴양 도시라고 하더니만, 정말인가 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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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즐길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정말 아쉬웠지만, 오늘 찾아갈 곳들을 상상하며, 다시 궈궈. 특히나 오늘은 혜진이가 그리워 마지않는 브장송을 가야한다. 그리고, 나는 네슬레 공장을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오늘은 둘 다 기대가 되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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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와인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스위스에서도 와인이 나온다. 그래서, 제네바 호수 인접한 곳에는 정말 많은 포도밭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스위스 와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을까? 알고 보니, 그다지 생산양이 많지 않아서 수출을 할 물량이 많지 않다고 한다. 대략 자국 내에서 소비를 한다나? '너네는 와인도 좋은거야?'라는 시샘어린 질투를 하면서, 베베 시내로 향했다.
사실, 베베로 간 이유는 네슬레 공장을 찾으러 간 것이었는데, 시내를 약간 배회하던 중 시장을 발견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시장으로 우리는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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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시장에서 파는 것들은 대부분이 식료품이었는데, 근처에 있는 농장이나 가정집에서 만든 것들을 가지고 나와서 팔고 있었다. 스위스의 자연이 보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맛있어 보인다. ㅜㅜ (똑 같은 시장인데, 우리나라 재래시장이랑은 뭐가 다른건지...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점심을 빵으로 때우기로 하고, 혜진이는 빵과 약간의 버터를 샀다. 그래, 싸게 놀아야지...여기는 다 좋은데, 먹는게 너무 비싸.
다시, 네슬레 공장을 찾으러 출발. 책에 보니, 네슬레에서 후원하는 음식 박물관 어쩌고 하는게 있다. 아..여긴가보다 하면서, 호수가를 따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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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베의 호수는 유명 인사들이 사랑했던 곳으로 유명한데, 프레드 머큐리와 찰리 채플린이 이 곳에서 오래 머물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호수 곳곳에 예술 작품도 많고, 찰리 채플린의 동상도 있다. 반가운 마음에 찰리 채플린과 대화를 나누다 다시, 박물관을 찾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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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라...나는 분명히 공장을 찾고 있었는데, 막연히 이게 그거겠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는거. 네슬레가 후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곳은 말 그대로 음식 문화 박물관이었다. 어쩔까 하다가 일단 둘러보기로 했다. 이 곳의 타겟은 아마도 어린 학생들 같았다. 선생님을 따라 견학 온 듯한 몇 무리의 학생들이 박물관에 있었고, 이 곳에서 실습을 하기도 하고, 이것 저것 만지면서 음식에 대한 역사와 예절 같은 것을 익히고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필요한 곳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_-;;;
견학을 다 끝내고, 이 곳의 매니저에게 네슬레 공장이 어디있냐고 물었다. 여기서 차를 타고 40분 정도 가야 한단다. 뭐 생각할게 있나? 고고씽... 역시 이런 것이 자동차 여행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베베에서 베른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타고 30여분 정도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내려 또 약간 들어가면, 네슬레 공장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네비게이션 없이 어떻게 다녔는지, 내 스스로가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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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장을 가 보는건 어릴 때 코카콜라 공장 가 본것 이후에 처음인 것 같다. 어찌나 기쁘던지. 내가 한국에서 찾았던 곳을 직접 찾아왔다는 것 때문에 더 더욱 기분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공장에서 초콜릿을 정말 많이 먹었다. -_-;;; 초콜릿을 시식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혜진이가 좀 먹다 말고 안 먹겠다고 나에게 뒷 처리를 부탁한 것들이 좀 많았다. 속이 니글니글. 그나마 공짜였기 때문에 참았지, 안 그랬으면, -_-;;; 나중에 우리 애가 태어나서 좀 세상 물정을 이해할 만 하면, 이 곳으로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어릴 때 오면, 기억도 못할 거니까. 이 곳에서 회사 동료들에게 나눠 줄 초콜릿을 잔뜩 사고나서 우리는 로잔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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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로잔느로 간 이유는 로잔느를 구경하러가 아니다. 옷을 사런 간 것이다. 출발하기 전에 내가 혜진이 한테 짐을 좀 줄이자고 압박(?)을 넣었는데, 그것 때문에 혜진이가 긴팔옷을 다 빼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왔더니, 원래가 좀 서늘한 동네인데다가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 되었다. 그래서, 반팔옷은 꺼내지도 못했고, 혜진이는 모든 사진에 똑같은 옷을 입고 등장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이런거 별 일이 아닌데, 여자라서 신경이 쓰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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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을 옷 찾아 둘러 본 로잔느에서 결국 아무 것도 사지 못했다. 여행 경비 걱정에 손 떨려서 못 산게 아니라, 살만한 옷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 동네 패션 코드랑 우리랑 전혀 맞지 않나 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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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쟝송으로, 궈궈...

옷 사는 걸 포기하고, 드디어 혜진이가 가보고 싶다고 노래노래 하던 브장송으로 간다. 스위스에서 프랑스 도시의 이름이 표지판에 보이는 것이 약간 낯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베이징 이름이 교통 표지판에 있는거랑 비슷하니깐. 역시, 이런 것들이 아직 세계화 되지 않았다는 이야긴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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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국경.

프랑스로 들어섰다. 엉렁 뚱땅, 옆 동네 가듯이 국경을 넘었다. -_-;;; 이번에는 스탬프 조차 받지 못했다. ㅜㅜ 스위스가 워낙 주위의 국가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프랑스로 넘어와도 뭐가 다른지 사실 별 다른 느낌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동네들을 지나면서 고성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걸 보고서야, 이 동네가 약간 프랑스 느낌이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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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반 정도 운전해서, 드디어 혜진이가 꿈에 그리던 브장송에 도착! 자, 이제 부터 호텔을 찾아야 하는데, 혜진이가 아는 호텔중에서 도대체가 빈 호텔이 없었다. -_-;;;  그래서, 구시가 쪽으로 가보기로 했는데, 구 시가는 길이 좁고 일방통행이 많아 호텔 표지판을 보고서도 당췌 호텔을 찾을 수 가 없었다. 이렇게 한참 헤메다가, 호텔스럽지 않게 생긴 호텔 하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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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ㄷ자 형태로 생겼는데, 대충 건물이 300년에서 50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건물을 수리하고 증축하면서 관리했다나? -_-;;; 우리 나라였으면, 문화재쯤 되었을만한 역사를 지닌 건물인데, 요즘에는 개조해서 호텔로 쓴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참 부러운 모습이다. 서울에 몇 백년 된 고택들이 중심가에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적어도 한 도시나 국가의 아이덴티티는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처럼 국적 불명의 엄청 큰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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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잠시 짐을 풀고, 혜진이의 기억속으로 같이 걸어보기로 했다. 이 도시가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구도심에는 신식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혜진이는 길을 걸으면서, 기억 속에 있는 건물들을 하나씩 찾아내며 상당히 기뻐한다. 빠니니집 앞에서는 옛날 기억을 되살리며, 참치 빠니니를 하나 집에 들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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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여행을 다시 기약하며, 빠니니집 옆에 아이리쉬 펍에서 흑맥주 한잔...